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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모리조가 ‘운전의 재미’라는 행복을 양산 하는 곳, GR 팩토리

각 자동차 제조사에게 있어 ‘고성능 브랜드’라는 것은 일종의 성역이다. 브랜드의 특색이 담기면서도 확연히 출중한 성능도 내야 한다. 그저 그런 디자인이나 성능이 나온다는 것은 오히려 창피에 가깝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술 연구와 노력,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판매량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시 말해 일종의 자존심인 셈이다.


BMW에는 M 브랜드가 그렇고, 현대차에겐 N 브랜드가 자존심이다. 토요타에겐 모터스포츠팀 ‘가주 레이싱(Gazoo Racing)’에서 유래시킨 ‘GR’이 그렇다


그래서 GR 브랜드는 토요타에게 단순한 고성능 브랜드가 아니다. 토요타 자동차 회장인 토요다 아키오가 회사와 이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리조’라는 일종의 부캐를 만들어 모터스포츠에 직접 참가하며 만들어낸 브랜드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의 신념은 ‘모터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더 좋은 차 만들기’다.


이런 차가 생산되는 곳이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시에 위치한 모토마치 공장 GR팩토리다. 모토마치 공장은 토요타와 렉서스가 고루 생산되는 공장이다. GR 팩토리는 모토마치 공장에 별도로 만든 라인으로, GR 모델을 전담한다.

GR 모델들은 기본적으로 모터스포츠에 준하는 강렬한 퍼포먼스 주행을 상정한다. 때문에 자동차의 완성도는 안전과 성능을 위해 절대적이다. 토요타가 가종하는 것은 ‘더 좋은 자동차 만들기’지만, GR에서 말하는 ‘좋은 자동차’는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다른 셈이다. 그러다보니 ‘망가질 때까지 달리고, 망가지면 고쳐서 또 달리게 하고, 또 망가지면 또 고친다’는 마음으로 신차 개발에 나선다. 좋게 표현하면 집념의 결과물, 조금 나쁘게 표현한다면 ‘신념이 확고한 배운 변태’다.


모토마치 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약 590대. 반면 GR 팩토리는 하루 평균 100여대가 생산된다. 일반적인 모델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그도 그럴 것이 퍼포먼스 주행에는 강한 힘이 가해진다. 일반적인 차와 레이스에 나서는 경주차의 구조가 완전히 다른 이유다. 속도를 더 빨리, 잘 내기 위해 가볍게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이러한 강렬한 주행에서 차가 뒤틀리지 않도록 강성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이를 위해 GR 모델은 일반차보다 더 많은 숫자의 용접이 가해진다. 토요타의 소형 해치백인 ‘야리스’의 경우 차체에 약 3400회의 스팟 용접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고성능 버전인 ‘GR 야리스’에는 약 5100회의 스팟 용접을 실시한다.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도 차가 버틸 수 있도록 더욱 단단하게 고정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용접 과정을 거친 후에는 로봇팔과 연결된 3D 스캐너를 이용해 곳곳을 스캔한다. 차체 곳곳에 장착될 여러 부품을 정확하게 장착하기 위해 구멍의 위치를 측정하려는 목적이다. 설계도를 바탕으로, 철저한 부품 관리를 통해 오차율의 범위는 극히 낮아졌지만, 고성능 모델이라는 특수성에 맞춰 완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함이다.


단 수mm의 단차와 오차에도 그에 정확히 맞는 부품을 조달한다. 양산형 자동차인 만큼 대부분이 일관된 공정을 통해 생산되지만 그 속에서도 극히 미세한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이 차이마저 없애기 위해 3D 스캔과 함께 미세하게 위치를 조정하는 장비를 통해 정확한 자리에 서스펜션과 엔진 등을 장착한다. 다시 언급하지만 조금 나쁘게 표현한다면 ‘신념이 확고한 배운 변태’다.

장인정신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답게, 다른 브랜드였다면 기계를 활용해 효율을 높였을 일부 과정은 고집스럽게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히 길다. 과정 별 약 9분 25초 이내에 끝내야 한다는 것이 토요타의 설명. 전후면의 유리(윈드 글라스)도 마찬가지다. 굳이 수작업으로 유리를 부착하는 이유를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토요타 관계자는 “유리를 붙일 때 사용하는 접착제라는 것이 사실은 생각보다 온도에 민감하다”며 “계절과 온도에 따라 사용하는 접착제의 양이나 도포하는 방식이 바뀐다. 이는 기계로 하기 어려운 노하우의 영역”이라고 답변했다.


휠과 바퀴, 실내 부품 등이 모두 장착된 GR 모델은 또다시 사람의 손을 거친다. 수 mm의 간격도 세밀하게 조립해낸 차지만, 사람이 타지 않은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타고 주행할 때의 환경을 가정해 좌석과 트렁크에 각각 70kg, 20kg무게추를 올려두고 바퀴의 정렬을 조정한다.

이렇게 깐깐한 과정으로 생산된 GR 모델은 바로 옆 왕복 3km에 달하는 완성차 주행로로 보내진다. 이 주행로는 자동차가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 최종 품질 확인을 거치는 장소다. 이 곳에서는 막 생산되어 나온 차들이 20분에 한대씩 주행에 나선다. GR 브랜드가 아닌 일반적인 토요타나 렉서스 모델의 경우 일부 모델을 뽑아 표본검사를 진행한다. 반면 GR 브랜드의 모든 차는 생산 직후 이 곳을 달린다. 생산 및 주행시험 중 불량이 발생됐거나, 문제가 있는 경우 해당 모델은 정밀 점검을 거쳐 조립 공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토요타는 흔히 ‘모노즈쿠리’ 방식을 사용한다고 이야기 한다. 숙련된 기술공으로부터 노하우를 배우고, 기술의 확장 방식에 대해서 한땀한땀 적용해 나가는 형태다. 그러다보니 효율과 속도의 개념보다는 완성도, 정밀도에 더 가깝다. 우리가 한번 즈음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토요타의 차는 믿고 탈만 하다”는 표현의 근거인 셈이다.


GR 브랜드는 여기에 더해 정밀성과 퍼포먼스를 더했다. 평범함을 넘어서 장인정신이라는 고집으로 완성되는 GR 브랜드. WRC를 비롯한 여러 국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이유가 담긴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최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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