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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코뿔소 헝다(恒大, EVERGRANDE)

요즘 중국의 헝다, EVERGRANDE가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 업계 2위인 헝다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사업 규모를 가진 동시에 그에 따르는 엄청난 금융을 받고 있었는데 이제 도산의 소문이 전 세계에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리만 브라더스 사태와 준하는 충격을 글로벌 경제에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필자는 가까이서 볼 때 어지럽고 파악이 잘 안 되는 사안은 멀리서, 중장기적인 맥락에서 파악하면 보다 이해가 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번 헝다 사태에 대해서도 최근에 나오는 뉴스들에 사로잡혀 볼 것이 아니라 보다 중장기적인 맥락, 헝다가 어떻게 해서 이런 사태에 왔고 중국 정부, 금융권 등 이해당사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현재의 상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 사태의 출발점

 

 

헝다의 설립 시기부터 이 문제를 논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태를 가장 상징적으로 알려주는 최초의 사건을 꼽으라면 1년 전인 2020년 9월에 있었던 소위 "헝다 괴문서 사건"이다.  헝다 그룹이 광둥성 정부에 지원을 호소하는 문건이 인터넷에 폭로된 사건인데 헝다의 파산 가능성과 그로 인한 엄청난 국가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서 헝다를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헝다 그룹은 즉각 문서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 문서에는 헝다에 관한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 수록되어 있어 실제 헝다의 공식 문건이 아니라 해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에 의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 문서는 크게 헝다 파산의 가능성과 파산이 현실화될 경우의 영향에 대해 기록했는데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  헝다는 선전 시 정부 산하 부동산 기업 선선방(深深房)을 통한 우회 상장 계획이 있었으나 선선방 측의 수동적 태도로 어려워져 전환 사채 1300억 위안이 부채로 확정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

- 헝다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2020년 6월 30일 현재 이자 있는 부채 8355억 위안, 관련된 금융 기관 128개의 융자금 2323억 위안, 중국 내 은행 171개 융자 2163억 위안(민생은행 293억 위안, 농업은행 242억 위안, 저상 은행 107억 위안, 광다은행 100억 위안, 공상은행 94억 위안, 중신은행 94억 위안 등) , 비은행권 121개의 3684억 위안의 부채(광다 신탁 278억 위안, 산동 신탁 176억 위안, 와이징마오 신탁 167억 위안, 중항 신탁 133억 위안, 중신 신탁 126억 위안 등) 등이 문제가 되며 8441개에 달하는 협력 업체, 헝다가 주진 중인 229개 도시의 792개 프로젝트, 14만의 직원들, 직간접으로 고용 효과 317만 명이 있어 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

 

이 내용은 결국 광둥시 정부에게 선전 시 정부를 압박하여 선선방으로 하여금 헝다의 우회 상장을 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전 시나 광둥성 정부 입장에서 헝다와 같은 전국성 기업을 자신들이 모든 리스크를 안아가며 떠맡을 이유가 없었다. 이 괴문서에 관한 내용은 필자의 유튜브에 소개해 놓은 것이 있으니 한번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 헝다의 구제

당시 중국 정부는 민간 기업의 경영에 정부가 관여할 일이 없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해당 기업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금융 당국이 "금융의 시스템 성 위기"를 막기 위하여 "3개의 레드 라인 정책"을 도입했고 결과적으로 헝다는 이 정책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또 정권 내부적으로도 책임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었다. 여러분들 모두 마윈이 상하이 포럼에서 기세 좋게 중국 금융 당국을 비판하던 장면을 기억하실 것이다. 당시 금융 당국은 "금융의 시스템 성 위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런저런 정책을 강조하였고 이에 대해 인터넷 고리대금업을 하던 마윈이 반발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정책의 주도자는 시진핑 그룹 내부 측근들 중 금융을 책임지던 류허 부총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금융의 시스템성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한 "3개의 레드 라인 정책"이 즉각적으로 초대형 부동산 기업의 도산이라는 사태를 가져오게 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물론 원인은 헝다의 과도한 차입에 있으나  "금융의 시스템 성 위기"라는 것이 내용 상 리만 브라더식 부동산 버블 폭락으로 인한 금융 붕괴를 막는 데 있었던 것이니 만큼 즉각적으로 헝다가 파산해서는 곤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결국 류허 부총리는 헝다의 구제에 나섰다. 류허 부총리가 대책 회의를 주재한 후 가장 직접적인 위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1300억 위안의 전환 사채 전략 투자를 장기 투자로 전환하는 보충 협의를 함으로써 진정시킨 것이다. 그렇지만 이 보충 협의 금액은 800억 위안대 정도였고 400억 위안 이상 규모의 투자자가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중앙 정부, 그리고 류허 부총리가 나섰음에도 저항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 중 상당 수가 국유 기업이라는 소문도 있는데 이들이 동의하지 않은 이유가 만일 이 보충 협의에 동의하면 자신들의 도산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즉 류허 부총리 입장에서는 헝다 도와준다고 이들의 전환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다가는 다시 이들 국유 기업들을 살려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기타 헝다가 당장 망하면 투자자들의 손실이 즉시 현실화되므로 투자자들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번 괴문서 누출은 헝다가 고의로 흘리지 않았느냐는 추측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제법 설득력이 있다. ()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 전환한 투자자 중 가장 큰 금액을 차지하고 있던 쑤닝은 이로 인한 피해가 컸다. 쑤닝은 자신의 재무 상태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헝다에 말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쑤닝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다. 쓰촨 성 인촨시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당시 원자바오 총리가 쑤닝에게 지원을 요청했었는데 당시 쑤닝은 우리가 왜 돈을 내야 하냐며 거부했었던 것이다. 그 후 쑤닝의 오너가 여러 죄목으로 감옥을 가는 등 고초를 겪었었다. 그러니 어찌 당국의 협조 요청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쑤닝의 경영이 악화되자 금융 당국은 이를 몰라라 할 수 없었다. 만일 정부의 정책을 따르는 기업의 피해를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후 그 어떤 기업이 정부 시책을 따르겠는가 말이다. 결국 당국은 쑤닝도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역시 규모가 컸기 때문에 관련 민간 기업들의 협조를 받아야 했다. ()

문제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구조적 문제와 함께 미중 무역 전쟁,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인 하락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1선 도시라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었지만(그것도 최근에는 하락하고 있다) 3, 4선 도시는 부동산 시장 붕괴 조짐을 나타냈다. 당국은 이들 부동산 기업들의 줄도산과 금융권에의 영향을 우려하여 3개의 레드 라인 정책을 낸 것이지만 금년 중국의 부동산 기업들은 하루에 하나꼴로 도산을 하였다.

헝다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었으며 숨을 돌렸던 재무 구조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결국 블룸버그는 중국의 부동산 기업 헝다(恒大, EVERGRANDE)가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주가가 떨어졌다고 보도하는 등 주가의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 물론 이런 현상은 헝다 만의 일은 아니다.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 기업이었던 완다도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한 때 아시아 최고의 갑부였던 왕젠린 회장은 중국 재벌 순위 30위 밖으로 밀렸고 6년도 안 되는 사이에 보유 재산은 320억 달러가 줄었다. 완다가 경영하는 사업들은 모두 팬데믹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주력인 완다 상업 관리 (Darian Wanda Commercial Management Group Co.)도 더 이상 부동산을 확보하지 않고 라이센싱 사업만 하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즉, 중국의 내로라하는 부동산 기업들 모두가 경영 환경 악화에 허덕이게 된 것이다. ()

금년 3월 헝다는 2년 연속 이익 감소를 발표하고 향후 2년간 부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이익이 301억 위안(약 46억 달러)으로 26% 감소했다는 것이다. () 이어서 부채를 줄이기 위하여 전기차 계열사 EVERGRANDE NEV의 지분 약 2.7%를 매각하여 14억 달러를 조달하려 했다. 그런데 이 전기차 만든다는 EVERGRANDE NEV가 또한 수상하기 짝이 없는 회사다. 분명 전기차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양산한다고 했는데 시제품만 몇 개 보였을 뿐 제조 설비가 제대로 갖추어지는 것 같지도 않고 생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NEV의 주가는 아직 생산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기 자동차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지난 1년 동안 600% 이상 급등했었다. 필자 같은 사람은 이런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사람들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튼 헝다가 매각한 ERGRANDE NEV 지분은 20% 할인된 가격이었기 때문에 이 회사의 시장에서의 주가는 폭락했다. 필자로서는 20% 밖에 낙차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

올해 2 월 또 다른 부동산 개발 업체인 화샤싱푸(华夏幸福, China Fortune Land Development)는 5 억 3 천만 달러의 채권을 채무 불이행했고 국영인 화롱(华融, Huarong)은 3 월에 재무 보고를 하지 못하고 연기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시장은 불안해했고 당연히 헝다의 신용도 하락하였다. 이윽고 금년 6월이 되자 Fitch가 헝다의 신용 등급을 B+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 ()

이 시점에서 헝다의 총부채는 2 조 위안 (3 천억 달러)에 가까우며 중국에서 최대 외화 채무자이기도 했다. 주가는 2020년 대비 27 % 하락했으며, 2025 년 만기 예정인 달러 표시 채권은 현재 액면가의 73 %로 책정되었다. 홍콩 GMT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나이젤 스티븐슨은 "문제는 실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헝다가 다시 금융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헝다가 회생할지 모른다는 희망을 준 사건, 또는 해프닝이 있었다. 헝다 창업주 쉬자인(许家印)이 텐안먼의 공산당 창당 백주년 행사에 초청되어 천안문에서 참석한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이는 헝다 투자자들에게 약간의 안도감을 주었는데 쉬자인이 35년 넘게 활동하는 열혈 공산당원이라는 점에 비추어 시진핑 그룹에서 설마 몰라라 하겠는가 라는 의미였다. 시장도 반응해서 2023년 발행 예정인 헝다의 5.9% 40억 위안 채권은 1.6% 급등한 86.4위안으로 4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2년 만기 채권 6.98% 82억 위안도 1.9% 오른 84.6 위안으로 6월 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

 

 

하지만 7월이 되자 무디스가 헝다의 신용등급을 B2로 한 단계 낮췄습니다. 무디스의 부사장이자 선임 분석가인 Cedric Lai는 헝다의 자금 접근성이 약화되고 향후 12~18개월 동안 중국의 신용 환경이 긴박해지고 자본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유동성 완충재가 감소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향후 1년에서 1년 반 사이 금융 기관들이 중국에서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

이런 금융 기관들의 회의적 태도와 보유 주가이 상반기에 1/3 수준으로 하락하자 헝다로 하여금 주가 분양을 다시 한번 시도하게 했다.  헝다 이사회가 3년 만에 처음으로 특별 배당금을 분배하겠다는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날 헝다의 주가는 한때 14% 상승, 9.5%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

그러나 이런 반짝 이벤트로 헝다의 문제가 해결될 리는 없었다. 대출금 미납과 기타 금융 분쟁에 대한 채권자들의 잇따른 소송으로 인해 헝다의 더 많은 자산이 동결되어 갔다. 대표적으로 헝다가 보유한 랑팡(廊坊) 개발의 지분 20%도 후베이 법원에 의해 3년간 동결되었다. ()

한국의 기업인들은 회사가 이런 정도가 되면 대개는 회사 돈을 빼내서 야반도주를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그게 어렵다. 쉬자인 회장의 경우도 이미 한번 전기 자동차 협상한다며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기관에 의해 저지당한 적이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한다. 그러나 별 뾰쪽한 방법은 없었다. 일단 현금화가 가능한 스트리밍 미디어 서비스 회사인 HengTen Networks Group의 주식 일부를 4억 2천만 달러에 매각을 하였다. 그러고 나서 겨우 나온 소식이  쉬자인 회장이 전기 자동차 및 부동산 회사의 일부 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해서의 주가가 13% 급등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금융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Nomura의 분석가 Iris Chen은 자산 매각이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역외 채권 상환을 커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렇게 대표적인 중국의 부동산 기업이 표류하고 앞서 지적한 대로 하루에 하나 꼴로 도산해 나가자 중국 금융 시장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채권 시장은 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의 차입이 급증한 덕분에 아시아 총 3천억 달러 규모의 하이일드 달러 채권 시장의 대부분 을 차지하고 있는데 헝다 등 소수의 대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스트레스가 커진 것이다. 거기에 당국의 부동산 투기 억제 명목의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벼랑으로 몰아넣었다. 싱가포르 Aberdeen Standard Investments의 Paul Lukaszewski는 중국 하이일드 채권에 신뢰 위기가 있다고 경고했다. ()

결국 헝다의 쉬자인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자오창롱(赵长龙)이 새로운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이 인사가 쉬자인에게 혜택을 준 것인지 아니면 불이익을 준 것인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이후 발생하는 사건들을 보면 쉬자인이 역시 이것저것 지시를 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에 쉬자인이 자신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이런 인사를 했을 가능성 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 ()

Fitch와 Moody's에 이어 신용평가사 Standard & Poor's도 헝다의 신용등급을 CC로 강등했으며 전망도 부정적으로 내놓았다. 9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이 외국 금융 기관의 것으로 추정이 되었다. 그리고 독일 상공회의소가 중국 부동산 거품 붕괴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중국에서 독일 제품의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즉, 더 이상 한 기업, 또는 부동산 업계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경제 전반, 심지어 글로벌 경제에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

당연한 일이지만 홍콩의 부동산 지수는 금년 들어 23% 하락하였다. 중국 부동산 경기의 침체는 이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태가 된 것으로 보였다. 중국 도시들의 가격 하락은 이어지고 부동산 담보 대출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헐값에 주택을 내놓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부동산 버블 붕괴, 그로 이어지는 금융 붕괴가 나타날 듯했다. ()

특히 헝다 등 중국 부동산 관련 채권을 많이 들고 있는 금융 기관들은 X 줄이 탈 수밖에 없다. 현재 헝다 채권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영국 Ashmore가 4억 3천만 달러 이상, 미국 BlackRock이 3억 9천만 달러 수준, 싱가포르 UBS가 2억 8천만 달러 수준, 홍콩 HSBC가 2억 1천만 달러 수준이다. 만일 이 돈들이 다 날아가면 어떻게 될까? 필자는 금융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 금융 기관들이 리만 브라더스 사태 당시 해치운 규모에 비해 볼 때 이렇세 수억 달러 수준의 손실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아 보인다. 즉, 직접적인 금융 피해는 커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모두 남의 나라 금융 기관이다. BlackRock은 최근까지도 중국 채권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하는 모양이니 더욱 별 문제가 없지 않겠는가? ()

이들이 태연한 이유가 사실 또 있다. 헝다의 부채도 크지만 자산도 크다. 플러스, 마이너스하면 대체로 비슷하다고 한다. 좀 더 정확히 따지면 부채보다는 자산이 크다고 하는데 이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VERGRANDE NEV 같은 자산, 즉 어쩌면 깡통일지도 모르는 자산 규모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월 스트리트의 귀신들이 평가를 한 것이니까 필자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유사한 시각으로 이러한 와중에 헝다 사태에 대해 애써 긍정적으로 보려는 이들도 나타났다. 중타이 증권(中泰证券) 연구소의 부동산 산업 책임자인 천리(陈立)는 헝다 리스크의 방아쇠는 부동산 시장의 약세와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기관 대출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헝다는 이미 2022년 3월까지 국내외 공개 시장 채권 만기로 인한 채무 불이행 압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높은 레버리지가 현재 기업의 비즈니스 딜레마를 야기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본질은 부동산 매매 회수의 급격한 악화가 핵심 요인이라고 했다. ()

이 말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헝다의 채권 이행이 2022년 3월까지 없을 것이라는 것과 본질이 부동산 판매가 부진해서라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천리는 당국을 변호하기 위해서, 즉 부동산 기업들의 3개 레드 라인 정책이 이 사태의 원인이 아니다 라는 말을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기업들에 대해서만 대출 조건을 강화한 것이 아니다. 주택 구매자들에 대한 대출 조건도 강화했다. 물론 이 조치는 선전 등 대 도시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나온 조치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은 대규모 통화 완화를 했기 때문이었다. 대규모 통화 완화는 팬데믹 때문이었다. 즉. 정책 당국에게 선택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바꾸어 생각해 보면 이제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니 대출 조건을 완화해도 되지 않는가 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대출 조건을 완화하면 대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출이 나갈지도 모르지만 팬데믹으로 2년 동안 장사를 못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대출이 나가지 않는다. 즉 팬데믹으로 푼 대량의 자금은 있는 자들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고 이제 다시 대출을 풀면 있는 자들의 주머니가 더 늘어난다. 그러면 또다시 1선 도시의 주택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그 집을 이제 한계에 몰려 있는 중국의 인민들은 살 방법이 없다. 당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3800억 위안 정도의 통화를 다시 시장에 공급했다. 사고는 있는 자들이 치고 고통은 없는 자들이 겪는 전형적인 자본주의 시장의 현상이다. ()

그런데 중국 부동산 거래 플랫폼 기업인 선전스제항(深圳世联行)은 9월 16일 저녁에 헝다와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날 헝다가 갚아야 할 금액이 2억 4,600만 위안에 도달했으며 아직 9억 9,900만 위안의 채권 잔액이 남아 있다고 한다. 재산보전 및 소송절차를 통하여 자사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고 있음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전스제항의 주가는 이 발표로 9.7% 급락했다. 그리고 헝다의 부채가 금융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

헝다의 자산 매각 또한 순조롭지 않아 보인다. 중국 부동산 업계 최대 기업인 비궤이위엔(碧桂园)은 헝다가 자산 매각을 타진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며 자사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시사했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부동산 자산을 매입할 기업은 없다. 여러분들은 SOHO 차이나와 BalckRock의 이야기를 기억하실 것이다. 있는 자들은 모두 자산 폭락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하지만 이미 헝다의 자산을 들고 있는 금융 기관들은 지속적인 가치 하락으로 조바심을 내고 있다. 부동산 관련 자산을 대량으로 들고 있는 중국 핑안 보험(中国平安)은 부동산 자산 보유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자사 주가 하락을 겪고 있다. ()

이제 갈등은 들고 있는 자와 채가려는 자 간의 싸움이 되고 있다. 누가 이기든 인민들에게 그 혜택이 올리는 없다. 어차피 이번 헝다 사태의 피해는 금융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며 인민들은 그 충격을 맨 몸으로 받아 내어야 한다. 다만 가진 자들 사이의 전투가 끝나면 이번에는 누가 더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우선 오너인 쉬자인 자신이 먼저 아내의 지분을 모두 현금화해서 빼 나갔다. 지분 2위의 류란숑(刘銮雄)도 지분을 일부 매각하며 현금화를 하였다. () 심지어 회사 고위직들도 헝다 금융에 예치했던 자신들의 자금을 먼저 뽑아 나갔다. 왜 아니겠는가? 우리는 이런 꼴을 몇 번이고 보아 왔다. 그리고 아마 죽을 때까지 보게 될 것이다. ()

9월 16일 환구시보의 편집인 후시진(胡锡进)은 헝다에 대해 논하며 기업의 책임을 설파하고 헝다의 도산을 시사하였다.  평소 공산당 중앙과 시진핑 그룹의 이익을 대변해 온 후시진의 이 발언으로 사람들은 정부가 헝다의 도산을 방치할 것이라는 추정들을 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쉬자인이 상하이 방이어서 시진핑 주석이 돕지 않는다 라는 등의 소문을 내기도 하였다. 어떤 이들은 중국 GDP의 2%에 달하는 헝다의 채무 규모를 들어 정부가 어떻게든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

BBC는 이번 헝다 사태를 보도하면서 중국 정부가 헝다를 구할 것 같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주로 보도하였다. 신용 분석 기관인 Reorg의 부실 부채 분석가인 James Shi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업체들의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제 와서 헝다를 구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노무라의 분석가 Iris Chen은 고객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헝다를 구할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최선의 결과는 헝다의 "질서 있는 파산"이라는 의미이다. ()

언제나 그렇지만 이런 굵직한 사건이 발생하면 사방에서 "그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하면서 평소의 주장을 더 서리 높여 외치는 이들이 나타난다. 그간 헝다와 이름이 같아 재미를 보았던 광시 헝다 그룹은 자기들은 헝다과 관계가 없다며 홍보에 나섰다. ()

또 반중 인사들은 대부분의 부동산 업자들은 뒤에 있는 권력자들의 하수인에 불과할 뿐이라며 헝다의 뒤에 있는 것은 상하이 방이고 시진핑 그룹이 이번에 공격한 것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 ()

무엇보다도 헝다 사태로 인해 중국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 지도부에 대해 그것 참 쌤통이라는 내용을 전개하고도 있다.  중국의 공공부채는 GDP의 270%를 차지했고, 부실 채권은 4669억 달러에 달한다며 헝다가 매출 1100억 달러, 자산 355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올해 6월에는 일부 상업 어음 지급에 실패했고 정부는 2000만 달러 상당의 은행 계좌를 동결했다고 전했다. 헝다의 현재 총부채가 미화 3,050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이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국 달러 정크 본드이라는 것이다. 회사의 주가는 지난 14개월 동안 90% 하락했으며 채권의 PER은 액면가의 60~70% 미만이고 중국 전체 부동산 하이일드 부채의 4%를 차지한다고도 전한다.  요는 헝다의 부채 규모가 너무 커서 중국은행 시스템에 시스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헝다로 인해 부동산 관련 기업의 연쇄 도산, 그리고 금융 기관의 불량 채권 붕괴의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 / 앞의 내 영상과 대조할 것)

이러한 지적은 맞는 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니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예상해 왔다. 하지만 말이다. 중국 정부도 예상해 왔단 말이다. 그래서 진작부터 "금융의 시스템 성 위기"를 경고하고 "부동산은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 사는 것이다"라고 누누이 이야기해 왔단 말이다. 그러나 중국의 부자들, 월 스트리트의 부자들은 "중국에는 금융 시스템 위기가 없다. 왜냐하면 금융에 시스템이 없으니까' 같은 소리를 하며 무시해 왔다. BlackRock은 최근까지도 중국 채권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필자는 중국 지도부나 당국을 두둔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다. 그러나 당국을 비난하는 이들의 조롱에 합류할 생각도 없다. 필자의 관심은 인민이다. 장기간에 걸친 미중 무역 전쟁, 팬데믹, 경기 부진, 실업, 자산 가치 하락, 금융 비용 증가 속에 이들 가진 자들의 머니 게임에 의해 인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시진핑 주석과 그 그룹들이 갑자기 소리치는 "공동 부유"나 "베이징 증권 거래소" 같은 구호나 사업이 이들 인민들의 고단한 삶을 도와줄 것 같지 않다. 있는 자들은 이번에도 대규모의 헐값 자산 취득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야말로 동물 농장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는 것이다.

 

 

홍콩의 한 미디어는 헝다의 자산 규모가 상당히 있고 헝다의 처리에는 다음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첫째 - 협상하고 인수할 사람을 찾을 시간 

둘째 - 헝다 자산을 매수할 의향이 있는 구매자 

셋째 - 부채를 갚기 위해 자산을 싼 값에라도 팔겠다는 헝다의 성실함과 결단력

 

이 말은 미안하지만 필자에게는 너무나 순진한 생각으로 보인다. 헝다 정도의 규모를 인수할 수 있는 주체는 이미 한정된 소수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산을 매수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산을 '싼 값' 정도로는 절대 사지 않을 것이다. 시장이 난리가 나고, 인민들은 각지에서 울고 외치며 헝다의 사업장에서 시위하고, 중국 당국은 어찌할 바를 모를 때까지 기다려서 X값으로 인수하려 할 것이다. ()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중국 정부가 1차 인수한 후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처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도산해 나가는 부동산 기업이 헝다만이 아니고 매일 하나씩이라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인수, 지원, 구제 등에 투입할 돈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그간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에 따라 정부 재정 수입도 두 자리 수의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씀씀이도 그에 못지않게 늘어났고 작년부터 대규모 팬데믹 예산 편성은 적자의 폭을 더 넓혀 놓았다. 작년 적자 폭은 사상 최대인 6조 2천7백억 위안(한화 약 1150조)에 달했다. 14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재정 수입의 증가율은 6%로 예측하고 있는데 실제 각 지방 정부의 예산 규모는 7.5%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중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더욱 커질 것을 의미하고 이미 재정부장 류콘(刘昆)이 재정 평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게 하였다. 전 재정부장 로우지웨이(楼继伟) 역시 향후 재정 상황이 단기, 중기, 장기 모두 험난할 것이라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필자는 중국 정부의 재정 문제에 대하여 여러 번 지적했기 때문에 더 거론하지 않겠으나 여러 신호들이 모두 중국 정부가 지금 돈이 모자라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어 보인다.

 

 

현재로서 중국 정부의 최선의 결과는 헝다를 글로벌 기준에서 납득 가능한 방법으로 처리하여 국가의 신인도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국내 경제에 줄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우선적으로 헝다 사태가 하나의 기업 사태로 완결되어야 하며 다른 부동산 기업에까지 파급되면 안 된다. 만일 부동산 업계에 파급이 된다면 그때는 금융 산업에 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부동산 기업과 금융 기관들이 정부의 조치를 긴장하며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의식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헝다를 구제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러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게다가 헝다를 만일 구제해 주면 즉각 수많은 부동산 기업들이 매달려 올 것이다. 헝다를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적어도 시간을 벌 수 있다. 뚜렷한 대책도 없이 명분도 없이 헝다를 살리기는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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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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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중국 전문가 現) 『중국의 선택』, 『중국 주식 투자 비결』, 『이미 시작된 전쟁』 중국 전문 도서 저자 現) '이박사중국뉴스해설' youtube, 중국 뉴스 사이트 '이박사 중국 뉴스' 운영자 前) , , , , , , 출연 중국에서 20년 넘게 거주하며 활동하고 이제 중국 사회, 경제 등 전반에 걸쳐 관찰하고 분석하고 해설하고 있습니다. 거시적 안목에서 중국과 우리를 이해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북경이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