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사 고민 커진 연말…MZ들은 요즘 이렇게 외친다
송년회·신년회 시즌, 건배사 고민도커져
119·너뭐돼·너나잘해…참신한 건배사 인기
(사진=뉴시스 DB) 2024.08.02. *재판매 및 DB 금지 |
"첫 회식이라 건배사만 5개 적어 갔다" 취업한 지 약 2달 차 첫 회식을 보낸 지인의 연락이 왔다.
건배사는 술자리에서 건배하며 잔을 함께 기울일 때, 축복을 기원하는 말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건배', '짠'과 같은 구호를 외치지만 술자리를 처음 시작할 때는 건배사로 분위기를 띄우는 경우가 많다. 또 송년회나 환영식 같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리에서는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건배 제의를 하기도 한다.
회식과 송년회가 이어지는 연말이 되면 사회 초년생들의 고민은 커진다.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의 술자리를 잇따라 소화해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인데 건배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말솜씨가 부족하거나 술자리 경험이 적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보통 건배사는 다른 사람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개를 준비하게 된다. 참신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적절한 건배사를 여러개 준비하는 것은 약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건배사를 준비할 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먼저 술자리나 모임의 성격에 맞아야 한다. 또 독특하고 유쾌한 건배사일수록 동석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도 새로워야 한다. 예전부터 사용하던 뻔한 건배사를 외치는 사람은 '센스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요즘 세대가 사용하는 최신 건배사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건배사를 준비하면 좋은 반응을 얻게 될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책과 유튜브 영상, 스마트폰 앱까지 참고해 건배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튜브가이드는 독자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송년회를 비롯한 각종 술자리 분위기를 환하게 띄울 수 있도록 몇가지 건배사를 소개한다.
'청춘, 멈추지마' '네버 스톱'
[서울=뉴시스]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배우 '차서원'이 건배사를 하는 모습. (사진= 유튜브 'MBC' 캡처 ) 2024.12.02. *재판매 및 DB 금지 |
MBC TV 예능물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배우 '차서원'이 만든 오글거림 가득한 낭만 감성 건배사이다.
건배사를 제안하는 사람이 "청춘, 멈추지 마"라고 외치면 다른 사람들이 "네버 스톱"이라고 외치면 된다.
이 건배사는 모든 이의 청춘을 응원하는 느낌을 담았다. 잠시의 오글거림만 견딘다면 영원한 청춘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큰 힘과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99881234
[서울=뉴시스] EBS 프로그램 '한국기행' 중 일부. (사진= 유튜브 'EBS' 캡처 ) 2024.12.02. *재판매 및 DB 금지 |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99881234의 뜻은 단순하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1·2·3일만 아프다 가자(4·死)'라는 의미다.
99881234는 EBS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한국 기행'에서 소개됐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방송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이 숫자의 나열이 MZ들의 '힙한 건배사'로 사랑받게 됐다.
이 숫자는 지난 3월, '미스트롯3' 준결승전에서 트로트 가수 '나영'이 부른 노래의 제목이 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
119
*재판매 및 DB 금지 |
번호를 사용한 건배사는 또 있다. 바로 '119'다.
119는 재난 구조 응급 번호를 의미하지만 술자리에선 '올바른 술 문화'를 강조하는 구호가 된다.
'1(한)가지 술로 1차만 하고 9시 전 귀가한다'는 뜻이다.
최근 과도한 회식 자리와 술자리에 지친 이들이 건전한 술자리 문화를 기원하면서 119 건배사를 사용하게 된 듯 한다.
너 뭐 돼?
[서울=뉴시스] 지난 2021년 유튜브 채널 '레오제이'에 올라온 '찐친 완전체' 영상 중 일부. (사진= 유튜브 '레오제이' 캡처 ) 2024.12.02. *재판매 및 DB 금지 |
지난 2021년, 메이크업 아티스트 '레오제이'가 본인 유튜브 채널에서 직접 한 말에서 시작한 유행어이자 밈(meme)이다.
"너 혹시… 뭐 돼?"를 짧게 줄여 "너 뭐 돼?"라는 짧은 한마디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밈'이 됐다.
큰 화제를 얻었다 보니, 술자리 건배사로도 이어졌다. 해당 건배사는 삼행시처럼 진행하면 된다.
'너 뭐 돼?'는 '(너)무 고생했고, (뭐)가 걱정이고, (되)겠지!'라고 외치면 된다. MZ세대가 자주 사용하는 건배사 중 하나다.
아이유
[서울=뉴시스] 아이유(IU)가 2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아이유 HEREH 월드 투어 콘서트 앙코르 : 더 위닝' 마지막 회차 오프닝 '홀씨' 무대를 열며 플라잉 장치를 타고 홀씨처럼 공중을 날아다녔다. (사진 = 이담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9.22. *재판매 및 DB 금지 |
유명인들의 이름을 이용한 건배사도 있다. 국민가수 아이유의 이름은 건배사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아이유'의 이름을 사용한 건배사는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아)름다운, (이)세상, (유)감없이 살다 가자'라는 뜻을 가진 건배사다.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
최근에는 다른 버전이 등장했다. '(아)름답게, (이)쁘게, (유)쾌하게 살자'를 외친 후 건배하면 된다. 현재를 즐기고자 하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마인드를 반영해 좀 더 신선한 느낌을 준다.
박보검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배우 박보검이 21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LA 돌비시어터에서 열린 ‘2024 마마 어워즈'(Mnet Asian Music Awards)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2024.11.22. |
배우 박보검의 이름을 딴 건배사도 있다. 잘생김의 대명사 박보검의 이름을 한 글자씩 외치며 건배사를 이어 나가면 된다.
'(박)수를, (보)냅니다, 올 한 해 (검)나 수고한 당신께’라는 뜻이어서 연말 회식 자리에서 사용하기 좋다.
오바마
[디트로이트=AP/뉴시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세계적인 래퍼 에미넴도 참석했다. 2024.10.23. |
미국의 제44대 대통령, 오바마의 이름이 술자리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오바마 건배사는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매우 다양한 버전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가장 보편적인 오바마 건배사는 '(오)늘, (바)래다 줄게, (마)시자'다. 술 한 잔을 더 권하는 재치 있는 멘트가 될 수 있다. 흔히 '썸타는 사이'나 '연인 사이', 혹은 '친구들'끼리 마실 때 사용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건배사는 '(오)늘은, (바)쁘다, (마)시고 놀자!'이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즐기자는 뜻으로, 즐거운 술자리 분위기를 형성하기에 좋은 건배사다.
마지막은, '(오)늘부터, (바)빠도, (마)음만은 즐겁게!'로 바쁜 일상속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지금의 술자리를 즐기자는 뜻을 담고 있다.
오바마 건배사는 다양한 버전이 있으니, 술자리 분위기를 확인해 가며 상황에 맞춰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땡큐
복잡한 건 싫고, 빠르고 간단하게 끝내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건배사이다.
'나쁜 일은 (땡), 좋은 일은 (큐)'라는 뜻으로 그동안의 안 좋았던 일들은 잊고 앞으로의 건승을 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송년회, 혹은 신년회에서 사용하기 좋은 멘트다.
이기자
세 글자 건배사로는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면 좋겠습니다'가 있다.
건배사를 외친 뒤, '이기자~'를 다 함께 외치면 모임의 분위기를 한층 더 뜨겁게 만들 수 있다.
너나 잘해
연말연시에 잘 어울리는 또 다른 건배사가 있다. '(너)와, (나)의, (잘)나가는, 새(해)를 위하여'라는 뜻의 '너나 잘해'다. 보통 '2025년'이라는 문구를 앞에 붙여서 사용한다.
직장에서는 다소 센 문구일 수 있지만, 의미를 알고 나면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건배사다. 건배사라는 기회를 이용해 상사나 동료, 선배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인기가 좋다.
허나우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