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눈 펑펑 내린 날 '르노 그랑 콜레오스' 타고 달렸다…어땠을까
전륜구동만으로도 눈길은 충분했다. 대설주의보가 내린 지난달 27일 눈길을 뚫고 르노 그랑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 에스프리 알핀 모델을 시승했다. 사륜구동으로 출시된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모델에 버금가는 단단함을 경험했다.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모델 전면부. [사진=조수빈 기자] 2024.11.29 |
제설 차량이 지나다니고 있었지만 눈이 쏟아지듯이 내리고 있는 상태라 길은 상당히 미끄러웠다. 그래서 눈길에 특화된 주행성능을 위주로 그랑 콜레오스의 주행 능력을 테스트해 봤다.
AI 모드·스노우 모드에 회생 제동까지 고객 편의 겸비
서울 강남에서 안성 휴게소까지 60km 가량 주행하면서 느낀 점은 간단했다. 이 차 참 괜찮다. 싼타페, 쏘렌토가 지배하고 있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흔들릴 법한 기능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설정할 수 있는 스노우 모드. [사진=조수빈 기자] 2024.11.29 |
우선 이날 주행은 인공지능(AI) 모드와 스노우 모드 두 가지로 진행해 봤다. AI 모드는 브레이크를 자주 밟아야 하는 눈길에서의 주행 성능을 파악해 주행을 보조해 주는 기능으로 바뀐다. 스노우 모드의 경우 미끄럼없이 좀 더 단단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변화한 느낌이었다.
사실 주행 모드의 감각은 개별적인 느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눈길에 운전을 집중하는 것이 먼저였기에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확실한 건 이후에 잠깐 시승해 봤던 사륜구동에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안정감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보통 눈길에서는 사륜, 전륜, 후륜 구동 순으로 안정성 점수를 매기는 운전자들이 많아 차이가 있을까 했는데 거의 없었다.
안전을 위해 회생제동 단계는 일부러 높음으로 설정해 뒀는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즉시 속도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와 비슷한 강도로 차가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눈이 녹아 질척해진 거리에서도 차량은 미끄러지지 않고 제때 멈췄다. 하이브리드 차량이었지만 전기차를 주행하는 감각이 들 정도. 막히고 돌발상황이 종종 일어나는 눈길 도로에서도 브레이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도 됐다.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지속해서 내린 눈으로 전방 캠에 눈이 쌓여 제대로 주시가 힘든 점이 있었다. [사진=조수빈 기자] 2024.11.29 |
아쉬웠던 것은 차량 전면에 부착된 카메라에 눈이 쌓이면서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 전방 카메라 등이 전부 방해를 받았다는 점이다. 도로 상황을 카메라로 봐야 하는 기능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눈이 녹아 없어질 때까지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눈이 그치고 시간이 좀 지나서야 기능을 써볼 수 있었다.
눈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실내 대화에선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았다. 동급 최초로 적용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덕분이다. 개발 과정에서 흡차음재 향상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르노코리아의 설명을 체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티맵·누구오토까지 편의 기능도 상당한 고도화
그랑 콜레오스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openR(오픈알) 파노라마 스크린 역시 이 가격에 기대하긴 미안할 정도로 고급지다. 이날 시승한 에스프리 알핀 모델에는 동승석 디스플레이도 기본 제공되는데 운전석에서는 어떤 각도로 넘겨다 봐도 시선이 차단된다. 동승석에서는 시네마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를 통한 웹사이트 이용도 가능하다.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그랑 콜레오스 내부 디스플레이와 동승자석 디스플레이. 각도를 조금만 틀어도 동승자석 디스플레이 화면이 어두워진다. [사진=조수빈 기자] 2024.11.29 |
업그레이드 된 한국형 티맵은 기존에 사용하던 모바일 버전의 티맵이나 네이버지도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하고 편안하다. 음악을 위해서 휴대폰을 연결할 필요도 없다. "아리야, 눈길에 맞는 음악 틀어줘~" 외쳐 보니 내장된 음성인식 시스템 누구 오토(NUGU auto)가 캐롤 플레이리스트를 틀어줬다.
내부는 미니멀한 테마를 중심으로 물리버튼을 최소화 했는데 센터페시아 역시도 수납 공간을 숨기다 보니 한참 동안 충전 포트를 찾아야 하는 작은 소동이 발생했다. 포트는 센터페시아 아래 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행 중 연결은 거의 불가능하고 연결을 위해서는 정차 중에도 몸을 한참 숙여 연결해야 해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그랑 콜레오스 내부 USB 포트 연결 공간. 브레이크 페달 옆 센터페시아 하단 부에 위치해 있다. [사진=조수빈 기자] 2024.11.29 |
연비는 평균 속도 29km의 꽉 막히는 도로에서도 16km/l를 기록했다. 공인 연비인 15km/l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는 동급 최고 수준인 245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발휘하는 만큼 속력을 낼 땐 확실하게 뒷받침해주는 능력도 있다. 일부 교통 정체가 해소된 도로에서 속도를 좀 내보긴 했지만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주행 성능을 경험해 보지 못한 건 아쉬웠다.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테크노가 세제 혜택 적용 이전 3920만원, 아이코닉이 4295만원, 에스프리 알핀이 4495만원이다. 세제 혜택 적용 후에는 100만원 후반 정도 저렴해진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트림마다 기본 옵션이 다르지만 에스프리 알핀에 집중된 옵션이 많아 아쉽다는 평가도 따르지만 평균 가격 자체가 합리적이기 때문에 선호에 맞게 옵션을 들여다 보는 편이 좋겠다.
조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