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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너무나 다른 겨울…불청객 ‘감기와 독감’, 너희는 형제니?

사실 인류의 역사는 ‘병과의 전쟁’이다. 인간을 공격하는 각종 질병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 혹은 치료법을 개발했고, 지금도 개발 중이다. 해서 인류에게 가장 많은 사망자를 안겨준 천연두, 말라리아, 결핵 등등 인류는 많은 병과 싸워 이겼다. 하지만 인간이 가장 많이 또 자주 걸리는 감기는 아직 ‘정복’하지 못했다. 즉 예방법도 없고, 완벽한 치료제도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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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AI로 생성한 이미지)

#1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통계에 의하면, 2023년 감기로 진료한 인원은 연간 약 1,900만 명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35%가 작년에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은 것이다. 그만큼 감기는 우리 일상에서 흔하고 그래서 자주 걸리는 병이다. 감기 발생 횟수를 보면 연령이 증가할수록 줄어드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은 1년에 평균 2~4회, 아동은 6~8회 정도라고 한다. 또 통계에 의하면 인간은 평생 약 300번 정도의 감기에 걸린다고 한다.


#2 감기에 대한 인류 최초의 기록은 무려 기원전 1550년경이다. 인류 최초의 의학서인 에베루스 파피루스에 이집트의 신관 문자체로 기록한 감기의 증상과 치료법이 남아 있다. 또 기원전 410년경에는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가 독감의 증상을 기록에 남겼다. 감기의 영어인 ‘common cold’는 16세기경에 등장하고 우리말로 감기를 뜻하는 ‘고뿔’ 역시 16세기 문헌에 ‘곳불’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는 코의 옛말인 ‘고ㅎ’과 불의 옛말인 ‘블’이 합쳐진 말이다. 즉 감기에 걸리면 코에서 뜨거운 기운과 콧물이 나오는 증상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3 기원전 1143년 이집트 람세스 5세는 독감으로 사망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무려 5,000만 명이 사망했다. 당시 우리나라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 1918년에 발간된 조선총독부 통계연감에 따르면, 조선의 총인구 1,670만 명 중 44%인 742만 명이 독감에 걸렸고 그중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2000년 이후 사스와 메르스, 신종 인플루엔자 A, 그리고 2019년 말에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19 역시 인플루엔자와 바이러스의 습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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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감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흔히 우리는 감기를 조금은 쉽게 여긴다. 해서 ‘감기에 걸리면 물 많이 먹고, 푹 쉬면 낫는다’’라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감기는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나타나는 급성 상기도 감염 증상이다. 감기에 걸리면 기침, 인후통, 두통, 콧물, 코막힘, 발열 등이 나타나고 증세가 심해지면 온몸을 얻어맞은 것 같은 몸살을 동반한다.


보통의 건강한 성인들은 감기에 걸려도 약 1주일 정도면 자연적으로 낫는다. 해서 ‘감기 걸려 가만 있으면 7일, 병원 가면 1주일이면 낫는다’라는 말도 있다. 이는 1주일 정도면 우리 몸의 면역체가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싸우고 신체는 면역력을 회복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개의 감기는 증상이 치명적으로 중증화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령층이나 유아, 기저질환자들은 조심해야 한다. 자칫하면 폐렴, 천식 등으로 악화되어 이에 따른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등 2차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리는 가장 큰 원인은 각종 바이러스 등이 호흡기 등의 점막을 통해 침입해 신체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감기의 전염은 주로 ‘손에서 손으로’와 ‘공기 중 비말 전파’가 대부분이다. 이는 감기에 걸린 이가 만진 물건을 만지고 그 손으로 얼굴이나 코, 눈 등을 만졌을 때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감염자의 비말이 공기 중에 떠돌다 전염되기도 한다. 해서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누구나 다 알지만 ‘손을 깨끗이 씻고, 외출 시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제일 좋은 예방법이다. 물론 평소에 충분한 수면과 영양 공급, 적당한 운동을 통해 신체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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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사실 인류의 역사는 ‘병과의 전쟁’이었다. 인류는 인간을 공격하는 각종 질병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 혹은 치료법을 개발했고, 지금도 개발 중이다. 해서 인류에게 가장 많은 사망자를 안겨준 천연두, 말라리아, 결핵 등등 많은 병과 싸워 이겼다. 하지만 인간이 가장 많이 또 자주 걸리는 감기는 아직 ‘정복’하지 못했다. 즉 예방법도 없고, 완벽한 치료제도 없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너무나 많고, 또 계속 변이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종류는 무려 200여 가지가 넘는다. 그중 리노바이러스가 30~50%, 코로나바이러스 10~15%,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5~15%, 호흡기 융합 바이러스 5%, 파리인플루엔자 바이러스 5%, 아데노바이러스와 엔테로바이러스가 5% 미만이고,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 미상의 바이러스 20~30%에 이른다. 물론 이 바이러스에 각자의 나이, 계절, 환경 등도 감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감기에는 적확하고 완벽한 치료제가 사실 없다. 우리가 병원에서 처방받고, 약국에서 타는 약은 모두 감기로 인해 나타나는 각종 증상을 조금 완화시켜 주는 약이다. 즉 두통, 콧물, 기침, 발열, 몸살 등의 부분적 증상에 맞춘 약일 뿐이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면 대개의 의사들은 “푹 쉬고, 따뜻한 곳에 있고, 방의 습도를 조절하고, 따뜻한 물을 많이 먹으시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몸의 면역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가 일으키는 질병

그렇다면 독감은 감기와 무엇이 같고 다른가. 우리는 흔히 독감을 ‘독한 감기’ 정도의 ‘독감毒感’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감기와 독감은 엄연히 그 태생, 진행도, 증상까지 완전히 다른 병이다. 독감은 감기 바이러스 중 ‘인플루엔자Influenza’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감기와 달리 전신에 그 영향이 있고 증상도 더 뚜렷하며 회복에는 적합한 치료제를 써야 하는 병이다. 각 미디어에서 쓰는 ‘플루’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감염병은 모두 독감인 것이다.


독감은 절대 가벼운 병이 아니다. 일테면 감기는 그 자체로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감기가 오래되어 폐렴 등으로 중증화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하지만 독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20세기 최대의 비극인 ‘스페인독감Spanish flu’은 무려 5,0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스페인 독감은 특히 무증상 감염이었다. 처음에는 감기처럼 시작했다가 열이 오르면 몸이 보랏빛으로 변해 죽어갔다.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된 사스는 전 세계 감염자 8,096명에 사망자 774명이고 국내에서도 4명이 사망했다. 또한 2009년 3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시작된 ‘신종인플루엔자 A’는 감염자 163만 2,258명에 1만 9,633명이 숨졌고, 국내에서도 75만 9,678명이 걸려 그중 263명이 생명을 잃었다.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메르스’는 전 세계에서 1,288명 감염, 498명이 숨졌고 국내에서도 186명이 감염되어 38명이 숨졌다. 그리고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그 피해가 2024년 5월 19일 기준 총 사망자 수는 약 704만 9,617명에 이른다. 실로 무서운 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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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을이 시작되면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맞는다. 이 백신은 그해 3월까지 의학 및 과학자들이 연구하여 수많은 인플루엔자 유형 중 그해 겨울에 유행 가능성이 높은 3개를 골라 백신을 맞는다. 백신은 두 가지이다. 3가 백신은 올해 유행하는 A형 바이러스 2종과 B형 바이러스 1종을, 4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종과 B형 바이러스 2종을 예방한다. 보통은 4가 백신을 맞는 것이 좋지만 3가 백신 역시 그 효용은 분명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형이 있다. 이 중 A와 B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독성이 강한 A형은 해마다 다른 유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생기는데 198가지의 아종이 조합상 가능하다고 한다. 해서 매년 독감 백신의 종류를 결정하는 것이다. A형 중 대표적인 것이 스페인 플루와 신종플루이다. A형보다 덜 독한 B형은 빅토리아와 야마가타 계통으로 나뉜다. 보통은 A형, B형을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해서 플루에 감염되면 병원을 찾아 검사하고 치료제를 받아야 한다. 치료제는 타미플루와 각 증상 완화제를 사용한다. 또 경우에 따라 흡입식인 리렌자와 주사제인 페라미플루를 사용해야 치료할 수 있다.

Focus 감기와 독감, 이것이 궁금하다

감기와 독감은 사람과 워낙 오래 시간 ‘동거’를 한 질병이다. 해서 나라마다, 사람마다의 치료법에 관한 다양한 속설이 있다. 일테면 ‘감기 걸리면 소주에 고춧가루 타서 먹고 푹 자면 낫는다’라는 말 등이다. 과연 그런 말들은 신빙성이 있을까.


• 독감예방주사 맞으면 독감과 감기도 예방한다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독감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100% 완벽한 예방은 불가능하고 약 60~70% 정도 예방한다. 하지만 만약 걸리더라도 증상을 완화해 중증으로 가거나 사망 위험성을 낮추는 효과는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감에 걸리면 48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아야 합병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또 독감예방주사는 감기를 예방하지 않는다. 그것은 독감과 감기의 원인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이지만 감기는 약 200여 가지의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


결론은, 아니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가면서 일시적인 효과를 준다. 알코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몸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행위는 위장과 간에 영향을 주어 몸의 상태를 나빠지게 할 뿐이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먹는 대신 따뜻한 수프나 차를 마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 비타민C를 복용하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


현재도 가장 많은 논란이 있는 지점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라이너스 폴링 교수는 비타민C를 먹는 것만으로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비타민C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 비타민C가 면역 활동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감기의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04년에 약 20여 개의 연구를 보면 군인, 운동선수, 마라톤 선수 등과 같이 신체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의 경우 50% 정도의 감기예방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일반인의 경우는 그 효과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비타민C를 평소에도 꾸준히 복용하면 감기의 증상, 기간이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으나 이미 감기 증상이 발현된 뒤의 효과는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비타민C를 복용하는 것은 증상 발현 전부터 복용하는 경우 감기의 유병 기간이 감소되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또 추운 환경,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에게는 비타민C의 정기적인 복용이 감기에 걸리는 확률을 낮춘다는 연구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에 약 2,000mg의 섭취를 권장하는데 너무 많은 비타민C를 섭취하는 것은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하기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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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


우리 속담에 ‘오뉴월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이 있다. 이는 ‘오죽 못나면 여름에 감기에 걸리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감기는 습도와 건조의 정도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우리 몸의 상기도는 체온보다 2도 정도 낮다. 해서 기도는 물을 많이 먹어 건조하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름은 환절기나 겨울보다 습도가 높기 때문에 감기에 걸릴 확률은 적어진다. 하지만 에어컨은 문제가 된다. 에어컨에 자주, 오랜 시간 노출되면 건조해지고 또 실내외의 급격한 온도차로 인해 감기에 걸릴 확률은 높아진다.



• 감기는 이불 뒤집어쓰거나, 혹은 사우나에서 땀 빼면 낫는다


감기에 걸리면 우리 몸의 체온조절 기능이 저하된다. 해서 감기에 걸리면 땀이 잘 배출되지 않는다. 그런데 일부러 땀을 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혹 감기에 걸렸는데 ‘두꺼운 이불 쓰고 땀을 뺏더니 나았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그런 사람도 있지만 감기에 걸리는 것은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기에 체온을 높여준다고 감기가 낫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억지로 땀을 내려다 몸의 발한작용을 저해하고 혹은 체온을 올려 악화될 수도 있다.



• 감기는 추우면 걸린다


결론은 아니다. 감기는 기온의 변화가 아닌 바이러스 감염이기 때문이다. 기온이 따뜻한 봄과 여름에도 감기 환자는 많다. 물론 급격한 기온 변화로 신체의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추위로 인한 건조로 감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질 수는 있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북극이나 남극에서는 오히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한 감기에 걸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 감기에는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감기와 항생제 투여,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항생제 투여가 과잉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실 감기 증상의 신체 발현은 전체적일수도 있지만 어느 특정 부위에 집중되기도 한다. 일테면 인후염이 심해지거나, 코막힘이 축농증처럼 될 수도 있고 숨소리도 매우 거칠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항생제를 쓰기도 한다. 즉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지만 감염되어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다른 균에 의한 염증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항생제 투여도 고려해볼 사항이다. 감기로 인한 하기도염, 중이염, 폐렴 등의 위험성이 판단된다면 차라리 항생제를 써 빨리 2차 감염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항생제는 세균에 의한 치료제인 것은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무조건 항생제를 쓰는 것보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 권이현(라이프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8호(24.12.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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