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너무 익숙해서 특별함을 잊어버리게 될 때가 있다. 마트에 가면 생각 없이 담게 되는 냉장고 속 필수품, 맛이며 영양이며 부족할 것 없음에도 조연의 자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 아주 평범한 애호박의 이야기다. 이런 식재료가 주연을 맡은 음식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애호박돼지찌개다.

애호박은 맛이 강하지 않아 일반적으로는 새우젓으로 살짝만 간을 해 뭉근하게 피어오르는 달큰한 맛을 즐기는데, 광주식 애호박찌개는 정반대다. 고기와 뼈, 채소, 해조류 등을 사용해 진한 육수를 내고 여기에 고춧가루와 돼지고기를 넣어 묵직하게 끓여낸 찌개에 채 썬 애호박을 아낌없이 넣는다. 애호박의 달큰한 맛이 밴 국물이 입에 쩍 달라붙고, 딱 적당히 끓여 살캉한 식감이 일품. 밥을 말아 국물에 전분기를 더하면 더욱 좋다. 누구나 호불호 없이 좋아할 스타일의 맛과 푸짐한 양으로 손님들의 취향을 저격하니 이젠 붉은 빛의 애호박찌개를 파는 집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또 고물가 시대인 현 시점 기준으로도 취급하고 있는 업장들 대부분이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메뉴이니, 가격 부담 없이 계절 미식을 즐기기 위한 메뉴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적당히 찬바람 부는 지금 날씨라면 전골식으로 팔팔 끓여가며 술 한 잔 곁들여 안주로 즐겨도, 흰 쌀밥 가득 말아 국밥처럼 즐겨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너무 익숙해서 특별함을 잊어버리게 되는 어머니를 닮은 푸근한 맛, 멀리서도 기꺼이 찾아가 맛볼 가치가 있는 이 계절 더욱 특별한 애호박돼지찌개 맛집 다섯 곳을 소개한다.

애호박찌개 맛집으로는 광주 명화식육식당, 송원식육식당, 골메골, 자매식당, 평화식당, 서울 대치동 보리수, 강남구청역 토말 본점, 전남 영암 고향식육식당, 무안 수영식당, 해남 서성식당, 화순 민정이네 등이 유명하다.

1. 줄 서서 먹는 국밥식 애호박찌개, 광주 ‘명화식육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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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식 애호박국밥을 전국구로 유명하게 만든 광주의 대표 맛집. 식육점을 운영하며 좋은 고기 꽤나 볼 줄 아는 사장의 내공이 공전의 히트작을 만들었다. 진한 고기짬뽕 국물과도 유사한 남다른 바디감의 국물과 산처럼 쌓아올린 건더기로 비주얼부터 독보적인 애호박국밥이 대표 메뉴이자 단일 메뉴. 비주얼만큼 진득한 맛의 국물은 물리지 않을 정도로만 기름지고 칼칼하다. 애호박 특유의 들큰함도 은은하게 배어 있어 일단 먹기 시작하면 수저를 멈추기 힘들다. 마지막까지 존재감을 뽐내는 고기 건더기로, 감칠맛과 식감도 훌륭하다. 보통은 혼자 다 먹기도 힘들 정도의 상당한 양을 자랑하지만 그럼에도 기어코 다 먹게 되는, 특별한 애호박국밥을 만날 수 있는 집으로 추천한다.

▲위치: 광주 광산구 평동로 421

▲영업시간: 10:00 - 21:00, 일요일 휴무

▲가격: 애호박국밥 1만원

▲후기(식신 543738): 여기 정말 인생맛집 그말 그대로 입니다!! 정말 가성비 짱인곳입니다!! 꼭 한번 가보세요~ 양도 정말 많고 고기도 부드럽고 맛있는 매콤 입니당!! 사장님의 인심이 정말 좋으신 것 같아요~!! 저는 왜 이제야 가봤는지.. 애호박이랑 고기의 만남이 예술입니당!! 강추강추!! 정말 양이 많아서 다 못먹었어요 ㅜㅜ

2. 가정집 스타일의 무해한 맛, 화순 ‘민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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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음식 스타일의 순박하고 부드러운 애호박찌개가 맛있는 집. 골프를 좋아한다면 알법한 맛집으로 인근 화순cc 골프장 손님들이 아침 일찍부터 드나드는 곳이다. 이 집의 애호박찌개는 강렬한 빨강보다는 진한 오렌지빛에 가까운 국물로 인위적인 느낌 없이 소박하게 끓여 낸 가정집 고추장찌개 국물에 가깝다. 부담 없이 훌쩍훌쩍 들이켜기 좋고, 넉넉한 양의 잘 손질된 돼지고기와 애호박이 더하는 은근한 감칠맛과 달큰함의 조화도 훌륭하다. 전라도 스타일의 다양한 밑반찬도 좋은데 여기에 생돼지주물럭을 주문해 신선한 쌈채소를 곁들여 푸짐하게 즐기는 손님이 많다. 닭도리탕, 백숙, 옻닭 등의 보양 음식은 미리 예약 주문 해야한다.

▲위치: 전남 화순군 도곡면 천태로 1034

▲영업시간: 매일 07:00 - 20:00

▲가격: 애호박찌개 1만1000원, 생돼지주물럭 1만5000원, 닭도리탕 7만원

▲후기(식신 뜀박질여사): 골프치고 식사하러 들리기 좋은 위치. 라운딩 마치고 방문하면 사람 바글바글함. 호박찌개는 호박이랑 돼지고기 넣고 끓인 별거 아닌 스타일의 찌개인데 달짝지근하고 칼칼한 맛이 환상+_+ 부드러운 식감도 좋다~ 뚝배기에 팔팔 끓인채로 나와서 밥 말아 후루룩 먹기에도 좋음

3. 텁텁함 없이 시원한 국물, 해남 ‘서성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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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애호박찌개 맛집. 국물에 잠긴 재료가 얼추 보일 정도로 양념을 강하게 잡지 않고, 맑고 깔끔하게 끓여낸 전골 스타일의 애호박돼지찌개를 만날 수 있다. 식사로 먹어도 좋지만 술안주용 찌개로 더할 나위 없이 맛있고, 기본으로 들어가는 수제비 사리 건져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메인 메뉴를 시키면 작은 접시에 돼지 머리고기 수육을 내어주는데 쫄깃하고 육향 풍부한 고기맛이 아주 좋다. 단군전과 해남 기미독립선언 기념비가 자리하고 있는 서림공원이 바로 옆이니, 서성식당의 애호박찌개로 배부르게 식사하고 서림공원 산책하며 소화시키는 코스를 추천한다.

▲위치: 전남 해남군 해남읍 중앙1로 282

▲영업시간: 매일 11:00 - 21:00(B·T 평일 14:00 - 16:30)

▲가격: 애호박찌개(대) 3만원, 감자탕(대) 3만6000원, 돼지머리고기(대) 3만원

▲후기(식신 가면라이더): 백반기행에도 나온 식당. 찌개를 주문하면 머릿고기를 서비스로 주시는데 묵은지랑 파김치에 싸먹으면 꼬들꼬들하고 엄청 맛있어서 막걸리 주문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집. 호박찌개 양이 진짜 많고 달짝지근한 국물이 계속 퍼먹게 만듭니다.

4. 끝이 보이지 않는 푸짐한 얼큰함, 무안 ‘수영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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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광주식 애호박돼지찌개보다는 살짝 얼큰한 타입의 삼겹살애호박찌개가 맛있는 집. 전라남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타일에 청양고추로 칼칼함을 강조한 애호박돼지찌개를 내는데, 단 맛이 다소 두드러지는 보통의 애호박돼지찌개와 달리 맛이 조화롭고 끝맛이 특히 산뜻하다. 애호박돼지찌개 특유의 달달함을 본래 즐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입에 맞을 수도 있는 애호박돼지찌개다. 삼겹살애호박찌개 외에도 하나하나 맛있는 주조연급 9가지 밑반찬에 후식으로 계절 과일까지 제공되는 등, 요소마다 남다르고 섬세한 면이 있어 멀리서도 기꺼이 들러 볼 만하다. 미리 전화 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위치: 전남 무안군 청계면 해안로 15

▲영업시간: 매일 11:00 - 23:00

▲가격: 삼겹살애호박찌개 1만원, 한우육회(한 접시 400g) 4만원, 생삼겹살 1만3000원

▲후기(식신 수원시청앞돼지): 양이 진짜.. 애호박 하나를 다 넣은 듯한 스케일!

5. 강남 한복판에서 즐기는 남도의 맛, 강남 ‘토말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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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도심에서 제대로 된 남도 음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맛집. 병어조림, 보리굴비 등의 남도 해물요리로 이름난 집이지만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은근한 감칠맛이 좋은 돼지호박찌개도 인기가 높다. 숭덩숭덩 썰어넣은 두부와 채썬 애호박, 쫄깃한 돼지고기가 넉넉하게 들어있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감칠맛이 살아있다. 넉넉하게 제공되는 반찬도 구색 갖추기용 하나 없이 존재감 확실한 맛에, 찌개와 밥에 곁들여 먹기에도 좋다. 조금 높은 가격이 조금 아쉽지만 좋은 식재료를 쓰고 접객이 좋아 오래 이곳을 찾는 어르신 단골손님들이 많은 것이 이집의 진가를 말해준다. 강남구 일대에서 따스한 남도식 한 상이 그리울 때 찾으면 아쉬움 없을 집이다.

▲위치: 서울 강남구 선릉로121길 13

▲영업시간: 11:30 - 22:00, 주말은 9시까지(B·T 15:00 - 17:00)

▲가격: 돼지호박찌개 4만원, 보리굴비정식 3만원, 병어조림 싯가

▲후기(식신 코코샤넬*): 남도의 따뜻한 정취가 느껴지는 식당. 깔끔하면서도 전통적인 인테리어가 인상적이고.. 룸이 있어서 프라이빗하게 모임하기에도 좋다. 낙지랑 홍어 싱싱하고 병어조림도 맛있게 잘한다. 점심엔 보리굴비 정식이 깔끔하고, 저녁엔 낙지에 조림류 하나에 돼지호박찌개 시켜서 술안주로 즐기기에 딱 좋다.